아무리 자도 피곤했던 시절, 이상하다고 느낀 건 아침부터였다
출근 준비를 하는 아침 7시, 눈을 떠도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7시간 이상을 분명히 잤는데도, 눈꺼풀은 무겁고, 다리는 축 처졌다. 처음에는 단순히 날씨 탓이라고 생각했다. 비 오는 날엔 원래 더 피곤하고, 월요일은 누구나 힘든 법이니까. 하지만 이상한 건, 화요일도 수요일도, 주말조차 그 피로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회사에 도착해서도 머리는 멍했고, 집중력은 계속 흐려졌다. 심지어 커피를 석 잔이나 마셔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퇴근 후에는 운동은커녕 샤워조차 귀찮았고, 그대로 침대에 누워 다음날을 맞는 생활이 반복됐다.
지인들에게 피곤하다는 이야기를 해보면, 대부분은 "다들 그래"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래서 나도 그 말에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버텼던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일에 대한 열정도 떨어지고, 사람과의 만남마저 피곤해졌다. 주말에도 충분히 쉬었는데도 피곤한 상태가 지속되자, 나는 뭔가 심각하다고 판단했다. 단순히 잠을 더 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나는 나에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진지하게 묻기 위해 시작했다.
병원에선 ‘정상’이라는 말뿐, 원인은 결국 내 일상에 있었다
처음엔 건강검진을 예약했다. 혹시 갑상샘이나 빈혈 같은 문제가 아닐지 걱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원에선 “수치상으로는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말만 반복되었다. 의사는 “스트레스가 원인일 수 있다”고 덧붙였지만, 정확한 해결책은 없었다. 결국 나는 내 생활을 되돌아보기 위해 시작했다. 하루 3끼는 챙겨 먹는 편이지만, 아침은 대충 빵 한 조각이 전부였고, 점심도 편의점 도시락으로 때우기 일쑤였다. 저녁엔 야식과 맥주가 빠지지 않았다.
운동은 주말에 한 번 걷는 정도였고, 평일엔 앉아서 일만 하다 보니 활동량이 거의 없었다. 수면 시간은 확보했지만, 잠들기 직전까지 스마트폰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습관도 있었다. 특히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블루라이트에 노출되며 SNS를 끊임없이 소비하는 습관이 내 몸의 회복을 방해하고 있었다. 이런 생활을 반복하면서도 나는 스스로 건강하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느낀 만성피로는 병이라기보다, 잘못된 루틴이 만든 결과였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내가 피로를 피로로 인식하지 못한 채 적응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매일 피곤하니까 그 상태가 정상처럼 느껴졌다. 몸은 이미 여러 방식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었지만, 나는 그 신호를 무시하고 살았다. 만성피로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작은 무시가 쌓여 몸을 점점 무너뜨리는 과정임을 나중에야 깨달았다.
생활 루틴을 하나씩 바꾸기 위해 시작한 90일의 변화 실험
그래서 나는 90일 동안 ‘하나씩 바꿔보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처음 1~2주는 아침 루틴에 집중했다. 알람을 30분 일찍 맞추고, 침대에서 바로 일어나 5분 스트레칭과 생수 한 잔을 마시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아침 식사도 바꿨다. 단순한 빵 대신 계란, 두부, 바나나 같은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함께 들어간 메뉴를 준비했다. 눈에 띄는 변화는 2주 차부터 나타났다. 아침 시간에 ‘몸이 덜 무겁다’는 느낌이 들었고, 오전 집중력도 개선되기 위해 시작했다.
3~4주 차에는 저녁 루틴에 신경 썼다. 스마트폰을 침실에서 치우고, 취침 30분 전에는 독서나 조용한 음악을 듣는 식으로 바꿨다. 특히 조명을 노란색 간접 등으로 바꾸고, 자기 전 10분 동안 감사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이 작은 습관 변화가 심리적 안정을 주었고, 잠드는 속도가 확연히 빨라졌다. 한 달이 지나자 깨는 일도 줄어들었다.
5~6주 차부터는 점심시간 10분 산책을 추가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햇볕을 받으며 걷는 습관이 의외로 활력을 주었다. 7주차 부터는 카페인 줄이기에 도전했다. 커피를 하루 한 잔으로 줄이고, 그 외에는 물이나 허브차로 대체했다. 처음엔 졸리고 머리가 무거웠지만, 일주일이 지나면서 몸이 더 자연스럽게 에너지를 회복하기 위해 시작했다. 전체 90일 동안 나는 단 한 번도 헬스장에 가지 않았고, 특별한 보충제도 먹지 않았다. 단지 생활의 리듬을 바꿨을 뿐이다.
만성피로는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게 아니었다 – 내가 배운 3가지
90일간의 변화 후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만성피로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병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수면 시간은 충분했지만, 수면의 질이 나빴고, 음식은 먹었지만 영양은 없었으며, 나는 앉아서 일만 하면서도 스스로 피곤한 이유를 몰랐다. 내가 배운 첫 번째 교훈은, 피로는 신체의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이를 무시하면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이 만성피로가 된다.
두 번째는 생활 습관 하나만 바꿔도 에너지가 회복된다는 점이다. 거창한 변화는 필요 없었다. 단지 아침 식사, 수면 환경, 짧은 산책 같은 소소한 실천이 체력과 기분 모두에 영향을 줬다. 그리고 세 번째는 ‘꾸준함’이 모든 것의 열쇠라는 사실이다. 처음엔 귀찮고 의심스러웠던 작은 변화들이, 시간이 쌓이자 확실한 결과로 나타났다. 의지보다 중요한 건 환경과 시스템이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요인을 줄이고, 나를 회복시키는 습관을 늘리는 일. 그것이 만성피로 극복의 본질이었다.
이제 나는 출근길 지하철에서도 눈이 무겁지 않고, 주말에는 ‘쉬기만 하는 시간’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으로 바뀌었다. 피로에서 벗어나졌다는 표현은 과장이 아니다. 내 몸을 이해하고, 내 일상을 조율한 결과다. 만성피로는 고칠 수 있다. 다만, 나 자신에게 질문하고, 성실하게 실천하는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